2학기, 16주차 (최종)

– 학기가 끝났다. 1년차도 끝났다. 한 달 후에는 퀄 시험. 다음 주부터 퀄 시험 모드.

– 기말고사는… 계량과 정보경제학은 무난한 시험이었고, 미시 3이 예상보다 어려웠다. 정확히 말하면 담당교수의 평소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험이었다. 덕분에 좀 망할 테지만, 적당한 문제로 적당히 점수 받는 것보다 이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 2학기는 1학기와는 다른 의미로 정신없었다. 주의가 계속 분산되어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다. 집중도를 평가해 보면, 첫 학기 때 평소의 110%였다면 2학기 때는 70% 정도나 되었을까? 세 번째 모듈이 상당히 지루했던 게 한 원인이긴 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 Ag Econ 4년차를 마친 연대 선배의 졸업 소식을 들었다. 올해 시험삼아 나가 본 잡 마켓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퍼를 받았고, 지도교수가 그냥 졸업하라고 해서 그대로 끝나게 되었다고. 퀄 끝나면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했는데 나로서는 부러우면서도 당황스러울 뿐이다. ;;

– 나는 퀄 시험 보고 나면 뭘 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만 늘어 간다. 날이 갈수록 멍청해지는 것 같기만 하다.

2학기, 15주차.

– 1년차가 벌써 끝난다니… 실화입니까? 공부를 하고는 있고, 테크닉은 손에 익는데, intuition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가령 미시 3 중간고사가 만점인데, 그렇다고 내가 메커니즘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했냐고 하면 글쎄올시다. 4년 뒤에는 나아질까? 그 때면 경제학을 10년 공부한 셈이 된다(학사 전공진입 후 3년+석사 2년 + 박사 5년). 세상에.

– 퀄 끝나고 종합평가를 한 번 할 테지만, 첫 모듈과 마지막 모듈의 부하가 가장 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모듈도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 지난 2주간 각 분야 교수님들이 분야 소개하는 field presentation을 했다. 계량, 거시, 실험, 노동, 산조, 국제무역 6개 분야를 전공할 수 있다. 가장 밀도 높은 시퀀스는 역시 노동경제와 실험경제. 그 다음이 국제무역과 계량경제. 산조와 거시는 간신히 시퀀스 구성해 놓은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앞의 4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퍼듀에 원서를 썼다. 솔직히 거시 하겠다고 여기 오는 건… 차라리 퍼듀 finance phd를 하면서 macro 시퀀스를 따라가는 게 백만 배 낫다. 재무 박사 어드미션은 물론 매우 어렵다.) 가능한 조합은 노동 – 실험 – 계량, 국무- 산조 – 계량 정도 되지 않을까?

– 목요일에 James Heckman 교수님 초청 행사가 있었다. 대학원 수업은 물론 전부 취소되었다. (…) 총 3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세션 1은 점심 먹으면서 경제학과 교수들과 최근 연구 동향 토론, 세션 2는 early childhood development 관련 학제간 세션, 세션 3은 학장님과 Heckman 교수님의 “fireside chat”. 앞의 두 개는 그저 그랬고 세션 3이 가장 재미있었다. Heckman 교수님은 역시 프로 막말러답게 직설을 쏟아냈다. 학장님의 fine-tuning 리드가 없었으면 어디까지 갔을지 의문. TOP5 저널 위주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소위 5대 저널(so-called top 5 journals)에 논문 하나 내면 테뉴어가 보장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투고된 논문을 받아들 때면 나는 내 결정으로 조교수 한 명에게 테뉴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저널 편집자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

“소위 5대 저널을 누가 읽는가? 5대 저널은 경제학 일반을 다룬다.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끝났다. 절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필드 저널을 읽고 필드 저널에 투고한다. Econometrica와 Journal of Econometrics 중 어느 저널 논문이 더 많이 인용되는가? 후자다. 하지만 저 5대 저널 게재 논문 수가 개인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군림한다. 평가 기준이 학계의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문제는 다들 인지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저널 편집자 얘기에서는 프리드먼의 저 유명한 노벨상 수상 연설 (“노벨상은 학계의 개인에게 주어져서는 안 되는 힘을 수여한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모 페이스북 친구분도 지적하셨듯이 “탑5 저널에 실리는 아티클 자체가 제너럴리스트가 읽을 만한 필드 스페셜라이제이션이 없는 아티클이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가의 말이라고 무작정 받아들일 건 아니긴 하다. 아무튼 살아 있는 경제학자 중 내가 가장 admire 하는 인물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특별했다.

– 금요일에 잡 마켓 나갔던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전망은 올컬러도 암흑도 아닌 잿빛이다. 어떤 분야를 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만 간다.

– 연일 대형 뉴스가 터지고 있다. 퀄 끝나면 남북/북미 정상회담 둘 다 끝난 시점이 될 테다. 그 땐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 리서치 하고 싶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2학기, 13-14주차.

별 일 없이 2주가 흘러가 특별히 뭘 쓰지 않았다.

학기는 2주, 퀄은 한 달 반 남았다. 나는 4년 뒤에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상한과 하한을 냉정하게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mediocre. period.

여기서 무엇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2학기, 10-12주차.

3주 만의 블로깅. 3주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기 보다는, 꼭 주말에 일이 하나씩 터져서 글을 안 쓰고 넘어가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 Spring Break 때 공부를 충분히 못 했다. Information Economics 수업 과제 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렸다. 간신히 거시 노트 좀 읽은 수준. 미시 1은 모듈 끝난 뒤에 전혀 손을 못 대고 있어서 걱정이다. 석사 때 배운 내용과 겹치고 클래스 1등이었으니 큰일이야 날까 싶지만, 이렇게 감을 놓치면 안 될텐데 싶다.

– 계량경제학 수업은 bootstrap을 다루고 있다. 모교에서 “Maddala & Jeong”에 빛나는 교수님의 응용미시계량경제 수업을 들었음에도 정작 bootstrap은 한 시간 수업으로 맛만 보고 끝났다. 사실상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자연히 코딩 과제에 헬게이트 오픈. 4인 미만 그룹으로 하라고 준 과제를 무식하게 혼자 다 하겠다고 달려든 것도 만용이었다. 3일 밤낮을 쏟아부어 어찌어찌 마무리는 했다. 연습은 많이 되었는데 대가가 크다. 나누어서 하면 분명히 맡은 분량만 하게 될 테고, 그만큼 배워 가는 게 적은 법. 그래서 다음 번에도 혼자 할 가능성이 높긴 한데 잘 모르겠다. 똑바로 서라 경제학도! MB=MC!

– Information Economics는 문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세 모듈 동안 배운 미거시/계량의 온갖 개념과 테크닉을 총망라하고 있다. 교수님의 전달력만 빼면(…) 대단히 좋은 수업. 문제는 이 분이 이 수업을 20년 넘게 하셔서, 20년치 문제가 숙제로 주어진다. (…) 게다가 20년 동안 강의노트도 계속 업데이트하신다. 2017, 2018년(..) 논문이 숙제와 강의노트로 나온다. 존경스러울 정도. 은퇴하시는 경제수학(사실은 미시이론) 교수님과 이 분에게 미시를 전부 배우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 미시 교수님이 드디어 모교에서 세미나를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집에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지는 순간 한국 카톡이 울렸다. 석사 동기 누나가 “세미나 들어왔더니 너 얘기 하면서 발표 시작하고 있다” 고 생중계를 해 주었다. 덕분에 기억도 나고, 기분도 좋고, 한편으로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죽 쑤고 있으면 어땠을까? 그럼 일단 교수님은 내가 연대 나온 줄도 몰랐을 것이며(..) 그 세미나 organizer 교수님, 거기 앉아 계셨다는 다른 교수님 다 아는 분인데, 세미나 끝나고 식사라도 할 때 얘기 나왔으면… 상상하고 싶지 않다. 별 걱정 다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그런 식사 자리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다. 아무튼 이 바닥 참 좁다.

– 레디메이드 식재료 구독 서비스 Hellofresh를 이용해 보았다. 기본이 2인 기준 일주일 3끼 (혼자 먹으면 6끼) 분량에 60불이다. 물론 이걸 다 내야 했으면 구독하지 않았을 것이다. 첫 주 할인/unidays를 통한 학생할인 서비스/신용카드 청구할인(개념이 좀 다르지만)을 이용해서 3주 정도 저렴하게 구독해 보았다. 식재료도 식재료인데, 미국에서 간편하게 해 먹을 만한 레시피를 얻는 것도 목표였다. 레시피도 얻고 요리도 잘 해서 먹었지만, 역시 60불 내고 사 먹을 건 아니다. 35불-40불 정도라면 괜찮을 듯. 혹시 이 블로그 들어오는 유학생 분들은 한 번 정도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추천 링크를 이용하면 첫 주 40불 할인받을 수 있다. 광고하는 건 아니다;;

– 한미 시사 뉴스가 하도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신경 끄고 공부를 해야 할 텐데…

2학기, 9주차.

마지막 모듈이 시작되었다. 지난 모듈은 어찌어찌 잘 마무리한 것 같다. 거시는 의외로 선방했고, 계량도 교수님이 채점을 너그럽게 하신 덕분에 이냥저냥 클래스 1등은 했다. 게임이론이 문제였는데, 기말고사에서 한 문제를 많이 감점당했다. 모듈 초에 숙제로 나왔던 부분인데 설명이 모호해서 질문했던 내용. 문제는 대답이 상당히 모호했고(“ㅇㅇ 그냥 그런거야” 수준) 개념이 좀 불명확한 상태로 넘어갔었는데, 그 부분을 대단히 깐깐히 채점했다. 교수님과 얘기해 볼 예정.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것도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라는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질문했던 부분을 다시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기도.

이번 모듈 시간표는 미쳤다. 화/목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백투백투백 3연강. ㅋㅋㅋ 덕분에 주2 시간표가 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이렇게 짠 것 같다. 문제는 내가 시험기간을 지내며 낮밤이 바뀌어 버렸다는 거다. 한국 다녀오고 나서 시차적응으로 고생하고, 시험기간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바이오리듬이 아주 엉망이다. 봄방학 때 좀 고쳐봐야 할 텐데 마음대로 될까? 못 고치면 모듈을 날린다. ;;

돌아오는 주는 봄방학이다. 첫 주 숙제를 다 끝내 놓고 (당연히) 퀄 준비를 할 생각이다. 특별히 갈 곳도 없고, 돈도 아껴야 해서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공부 계획은 다 세워 두었다. 미거시 1 노트를 꼼꼼하게 리뷰할 예정. 오랜만에 value function 존재증명을 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귀찮다. (사실 모델 셋업만 파악하면 존재증명은 노가다에 가깝다. 셋업을 이상하게 꼬아 놓아서 스텝 엉키는 게 문제지)

여름에 사용하는 전자기기를 싹 교체할 예정이다. 랩탑, reMarkable 둘 다 처분할 거고 아이패드는 생각 좀 해 봐야겠다. 여기서 중고거래하기는 리스크가 크거나(craigslist) 수수료가 커서(ebay) 영 내키지 않는다. 뭐니뭐니 해도 중고로운 평화나라가 최고. 이래저래 한국을 가야한다. ㅠㅠ

플로리다 총기난사 이후의 풍경 – Are we going to be the last mass shooting?

17명이 사망한 플로리다 총기난사 후 2주가 지났다. 언제나처럼 총이냐 사람이냐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기업들은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미국 최대 총기 판매업체인 월마트와 딕스(Dick’s Sporting Goods(는 총기판매연령을 21세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정확히 말하면 권총(handgun)은 원래 21세 이상 성인만 살 수 있었고 장총(소총, 샷건 등)은 18세 이상부터 살 수 있었다. 현행 연방/주 법의 규정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일괄적으로 21세 이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 다만 판매업체 규정이 법보다 우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Walmart and Dick’s Raise Minimum Age for Gun Buyers to 21

Earlier, President Trump met at the White House with a bipartisan group of lawmakers and called for a series of gun control measures, some of which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has vigorously opposed. Walmart and Dick’s acted after a number of major companies moved last week to dissociate themselves from the N.R.A.

그뿐인가? 오마하 소재 First National Bank는 전미총기협회(NRA) 제휴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했다. Hertz를 위시한 렌터카 업체들, 델타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NRA에 제공하던 요금 할인 혜택을 없앴다. 대형 보험사 MetLife 역시 보험료 제휴할인을 없앴다. (뒤집어 말해 그 전에는 혜택이 있었다는 것!)

Why companies are abandoning the NRA

But something else is happening after the attack at a high school in Parkland, Florida. People are pushing companies to cut ties with the powerful gun lobby. Advocates are targeting not weapons makers, but banks, rental car agencies, airlines, insurers and other companies with ties to the NRA.

여기서부터가 볼 만한 대목인데, 델타 항공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조지아 주 의회는 유류세 면제 등의 변경안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입안한 상태였다. 항공유류세 면제안이 포함될 경우 델타 항공은 연간 3천 8백만 달러 이상의 감세 혜택을 얻으리라고 전망되었다.

델타가 NRA 회원 제휴할인을 종료시킨다고 발표하자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공화당)는 날선 어조로 비판을 퍼부었다. 며칠 뒤 조지아 주 상원은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유류세 면제 조항을 빼 버린 채. NRA의 힘은 돈보다 정치력에 있다는 말이 여실히 증명된 장면.

 

Georgia Senate approves tax bill, snubbing Delta in NRA feud

Pro-gun Georgia lawmakers Thursday took revenge on Delta for crossing the National Rifle Association, killing a proposed tax break on jet fuel that would have saved the airline millions. A sweeping tax bill with the fuel exemption stripped out by the Republicans passed the GOP-controlled…

이 난장판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NRA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만큼 수정헌법 2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I’m the biggest fan of the 2nd amendment)”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을 무장시키자고도 했다. 채 일주일도 지나가기 전 그는 의회 양당에 (오바마 시절부터 계류되어 있는) 포괄적 총기규제법 처리를 주문하여 수많은 공화당원을 충격에 빠뜨렸다. (DACA에 이어 이쯤되면 트럼프 요정설?)

 

Trump Stuns Lawmakers With Seeming Embrace of Comprehensive Gun Control

WASHINGTON – President Trump stunned Republicans on live television Wednesday by embracing gun control and urging a group of lawmakers at the White House to resurrect gun safety legislation that has been opposed for years by the powerful National Rifle Association and the vast majority of his party.

 

* 업데이트: NRA에 따르면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여지가 있다.

N.R.A. Suggests Trump May Retreat From Gun Control

In that meeting, Mr. Trump called for comprehensive legislation that would, among other things, expand background checks to firearms purchased at gun shows and on the internet – a measure favored by Democrats but anathema to the N.R.A.

 

2주 전 총기난사 희생자 대표 에마 곤잘레스는 “우리는 마지막 총기난사 희생자가 될 것(we are going to be the last mass shooting)”이라 외쳤다. 이번에는 다를까.

 

Florida student Emma Gonzalez to lawmakers and gun advocates: ‘We call BS’

Below is a full transcript of her speech: We haven’t already had a moment of silence in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so I would like to have another one. Thank you. Every single person up here today, all these people should be home grieving.

 

CNN이 작정하고 정리한 인포그래픽 기사를 첨부한다.

 

America’s gun culture vs. the world in 5 charts

America’s unique relationship to gun ownership — enshrined as a right in its constitution — is also in the middle of an emotional and divisive debate about the meaning of the Second Amendment of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